[지식채널 e] 공짜밥
1.
지식채널 내용이 가관이다. 감성적인 피아노 반주에, 아이들이 "부끄러워요. 어쩌죠?" 하는 사연들을 듣다보면 눈물 마저 핑그르-. 누구나 이쯤 가면, 나도 모르게 센티해져 '아니 이런 애들 굶기는게 대체 누구야?!', '누가 이런 아이들한테 창피를 주는데?!!' 하는 영웅심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도 원글의 반응, 또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EBS PD님들의 알게 모르게 전제된 의도를 떠올려 보자니, 많은 사람들이 이를 납득하고 있는 듯 하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1). 지원받는 아이들이 부끄럽잖아.
2). (실제 무상급식이 일부 비효율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건설사업 좀 줄이면 되잖아.
3). 어차피 복지국가로 갈 건데 왜 미루니?

2.
이런 논리를 골자로 하여, 우석훈이니 장하준이니 하는 지식인들부터 정치인, 누리꾼 누구 할 것 없이 '무상급식 왜 안 해, 이 건설광들아!!!' 외치는 모습을 보면, 다른 의미로 코 끝이 찡해 온다. 이들의 황햇물 같은 생각의 깊이 때문이다. 말하기 전에 코 좀 풀고 대화해야할 것 같다. 특히 저런 사람들은 평소 관심있게 찾아다니던 지식인들이라 더 그렇다.
일단 지식채널e에서 지적하는 바부터 차근히 보자. 지원받는 아이들이 부끄러운 이유는 뭘까? 그래서 부족한 형편을 드러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이냐 말이다. 정말 '전원 무상급식하면 그런 일이 없는데, 그게 아니라서'일까? 너무 간단해서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아이들이 저런 창피를 겪게 되는 이유는 무상급식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무상급식을 신청하게 되어서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게 저 사태의 본질이다.
그럼 이제 딱 한가지, 이 조건만 바꿔서, 만약 급식비 지원 업무를 동사무소나 구청과 학교 사이에서 행정처리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자. 지금처럼 급식비 지원 필요한 사람은 손들어 봐라. 교무실로 와라가 아니고, 아이들은 전혀 모르게 말이다. 동이나 구 수준에서 행정이라면, 지금도 극빈계층은 물론이요, 그 차상위 계층의 차상위 계층까지도 의료보험 납부액 등을 비교해 거의 완벽하게 지원 대상들을 추려낼 수 있다.(청소년 대상 야학에서 2년 동안 봉사해봐서 안다.) 지방정부에서 이를 파악해 급식비 업무를 담당하면 될 일이다. 일부 비정규직 문제로 마찰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어차피 학교 행정반이나 동사무소 직원이나 공무원 아닌가. 자리만 옮기면 된다. 부끄러운 지원 문제가 그렇게 문제가 된다면 말이다. 이렇게 되면 애초에 수돗세 내듯 동사무소에서 걷을 수도 있다. 그럼 부모가 가서 낸다. 걸핏 제도적 헛점으로 지원대상에서 소외되는 가구는 부모가 동사무소에서 상담해서 지원받도록 고치면 된다. 세부적인 절차야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일단 이렇게 마음 먹으면 아무런 하자 없이 시스템 자체를 바꿀 수 있다. 뭘 엄청나게 뜯어 고쳐 뚝딱거려야할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이런 일을 두고 정말 절차가 복잡해서 학교에서만 급식비 문제를 처리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머리에 홍어만 찬 사람일 거라 믿는다.)
고로 무상급식의 부끄러운 문제는 이걸로 끝난다. 여기서 무슨 문제가 발생하냐 말이다. 부끄러울까? '님들 어차피 부끄러운 건 한 순간이예요. 그렇다고 밥 굶으실거예요?'하는 상담이 일어날까? 아니 오히려 이런 부끄러워하는 아이들까지 아무런 고민없이 별다른 절차없이, 자기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급식 문제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 필요한 사람들은 원하는 퍼센티지 만큼 지원 가능하기 때문이고, 지원 받을 필요가 없는 부자들-혹은 그아래 중산층은 정당하게 급식비를 내면 되니까 말이다. 의료보험처럼 누진세까진 힘들어도, 적어도 부자가 돈을 더 내는데 누가 의의를 제기한단 말인가?
3.
사실 이런 점에서 이런 주장은 한나라당에서 나왔대도 이상할게 없는 일이다.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미 많은 부분 어차피 지금도 구제 받고 있으며, 그렇게 보면 이것도 부자들이 내는 세금인데 이걸 줄이는 일 아닌가 말이다. 부자들은 어차피 그 돈으로 했을 방과후 학교 따위 안해도 학원 보내면 그만이다. 실제로 손해보는 건 결국 서민. 오히려 민주당이 행정 절차를 통해 정확한 구제를 요구해도 모자랄 판 아닌가? 그래서 빈약하고 코끝이 찡해오고 눈물이 나고 콧물이 나서 저런 주장들을 쳐다볼 수 조차 없다는 거다.
당신, 이정도까지 생각이 미쳐서도, 삽질할 돈이면 무상급식 하자고 말하고 싶은가? 물론 그 분들의 전시행정이야 너무도 투명하게 그 더러운 속내가 다 보여 어이가 없는 일이다. 이해한다. 하지만 차라리 소득에 따라 적용하는 반값 등록금이라면 모를까, 무상급식은 이렇게 애초에 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수다.
또 복지국가로 갈건데 당연히 하는게 어떻냐는 진보쪽 지식인들의 주장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말 가벼운 생각임을 알 수 있다. 어차피 삽질 안하면 될 일이라고? 삽질 안하면 물론 된다. 근데 그 돈이 꼭 무상급식으로 가야하냐 이거다. 한국 사람들이 반쯤 미쳐있는 대입의 고교 준비력이나, 실험학습이나 직업체험 프로그램 등,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진귀하고 무궁무진 신나는 일들이 많다. 근데 왜 고작 돈 낼 능력 있는 부자들 공짜로 밥먹이자고 그런 난리에 들썩이냐 이거다. 이 글에서 논의한 바로, 무상급식은 차선으로 밀려도 괜찮다. 부끄럽지만 않게 하면 되니까, 또 보편적 복지로는 그보다 더 멋들어질 멋진 정책들이 더 많으니까 말이다.
어쩜 지금 이건 가만 보면, 일부 정치인들이 애들 볼모로 떡밥하나 제대로 물어서 신나게 인기몰이 하듯 느껴질 정도다. 진보쪽 인사나 좌글루수 입진보 머저리 새!들은 이런 자극적인 주장에 약하니까 말이다.^^ 그동안 이런 말 따라 하면서 신나게 지적 허영을 느꼈겠지. ㅉㅉ
역시 내렸을 분들을 위해. 세줄 요약
1. 지원제도 개선으로 창피만 해결하면, 애초에 무상급식은 한나라당이나 주장할 법한 기득권만 득보는 주장.
2. 그 돈이면 다른 더 좋은 거 해주세요. 어차피 가난한 애들은 지금도 지원 받고 있으니까.
3. 4대강이나 한강 르네상스 안해서 해줄 거면, 다시 →2.

4대강 공사가 이런 점에서 문제라면 무상급식은?
스케일만 다를 뿐 어차피 생각없는 이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한 쑈다. 뒤가 구리면 생각해보고 입장을 정하시길. 무조건 정부만 까지 말고.
